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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워킹의 시작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체험부터 맛집까지 가이드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을 미리 찾은 기자가 ‘겨울올림픽의 꽃’ 크로스컨트리스키를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눈밭에서 언덕을 오르내리며 수십 km를 달리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하얗게 잊게 된다. 평창과 강릉을 향해 새로 개통한 KTX와 버스를 이용해 경기장 가는 길도 친절히 알려드린다. 주목할 만한 한국 선수와 경기 일정 안내도 들어 있다.

겨울올림픽을 보러가는 길에 주변 여행지도 들러보자.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9km가량 이어지는 숲길인 ‘선재길’을 걷다보면 <화엄경>에서 진리를 찾아 여행하는 선재 동자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장국에 훌훌 말아 먹는 메밀칼국수인 ‘콧등치기국수’는 정선에서 꼭 맛보고 와야 할 음식이다. 척박한 강원도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 손으로 밀어 만든 두툼한 면발을 훅, 빨아들이면 억센 국숫가락이 콧등을 친다.


평창노르딕동아리 회원들이 2017년 12월19일 올림픽이 열리는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의 평지 트랙을 클래식 주법으로 달리고 있다. 멀리 뒤쪽으로 스키점프 경기장이 보인다. 맨 왼쪽이 최원일 대관령체험학교 교장, 오른쪽 세 번째가 김현대 선임기자다.
여름올림픽의 화려한 대미를 수놓는 종목은?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올림픽의 꽃’이라 이른다.

그렇다면 겨울올림픽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종목은? 설원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스키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은 2월24일과 25일 크로스컨트리스키의 남자 단체출발 50km와 여자 단체출발 30km의 금메달리스트가 정해지며 막을 내린다. 102번째 마지막 메달은 폐막식 직전, 여자 선수들이 한꺼번에 출발하는 단체출발 30km에서 나온다.


언덕 오르내리는 북유럽식 스키


최원일 대관령체험학교 교장(가운데)이 크로스컨트리의 클래식 스키 장비를 나눠주고 있다. 크로스컨트리스키는 플레이트 폭이 좁고 길이가 짧으며, 신발도 운동화보다 조금 두꺼울 정도로 가볍다.
겨울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첫 메달 또한 크로스컨트리스키 종목에서 나온다. 평창에선 대회 사흘째인 2월10일 오후 5시20분을 전후해, 여자 스키애슬론 15km 경기의 첫 메달리스트가 결정된다. 클래식 주법으로 처음 7.5km를 달리고, 프리 주법으로 나머지 7.5km를 겨룬다. 우리한텐 아직 낯설지만, 크로스컨트리스키는 겨울올림픽의 시작과 끝이다.


12월19일 아침, 평창 노르딕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대관령 근처의 폐교를 새롭게 단장한 대관령체험학교(www.대관령.net)를 찾았다. 겨울마다 국내 크로스컨트리 동호인들이 모이는 소중한 공간이다. 최원일 교장이 크로스컨트리 체험학교를 운영하면서 장비도 저렴하게 빌려준다. “처음엔 북유럽이나 캐나다에서 크로스컨트리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이젠 평창 주민들이 중심이 된 노르딕동아리가 생겨났고 동호회원들이 제법 늘어나고 있어요.”

체험학교에서 장비를 챙긴 기자와 동아리 회원들이 자동차로 5분 정도 달렸을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평창겨울올림픽 개회식장이 위용을 드러냈다. 개회식장을 비켜 안으로 들어서니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을 결합한 바이애슬론 경기장에 이어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의 설원이 펼쳐졌다. 가장 안쪽 가장 높은 곳엔 스키점프 경기장이 아찔함을 뽐내고 있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의 눈밭을 밟은 70대의 최홍건 회원은 “53년 만에 노르딕 스키를 다시 타본다”고 감개무량해했다. “1964년 2월 대학생일 때 이곳 횡계리 초입 슬로프에서 겨울체전에 출전했어요. 선후배 10여 명이 스키부를 급조해, 노르딕과 알파인의 모든 종목에 용감하게 출전했지요.” 최 회원은 직선주로가 홈으로 패인 눈밭의 크로스컨트리 트랙을 왕복하며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는 즐거움에 금세 빠져들었다.

올림픽의 스키 종목은 노르딕과 알파인으로 나뉜다. 알파인 스키는 중부 유럽 알프스 산지에서 시작됐다. 높은 곳에서 빠르게 또는 회전하면서 질주하는 스키 경기이다. 노르딕은 스칸디나비아의 들판과 언덕이 많은 지역에서 발달한 스키 기술이다. 노르딕의 대표 종목이 바로 눈 덮인 들판을 마라톤하듯이 꾸준히 오르내리는 크로스컨트리스키이다. ‘노르딕 스키=크로스컨트리스키’라고 봐도 대체로 무방하다. 노르딕 종목엔 스키점프까지 포함된다.


몸매를 예쁘게 만들어줍니다

우헌기 회원은 이날 크로스컨트리스키를 함께 즐긴 동아리 회원 5명 중 유일하게 자기 장비를 갖췄다. 2013년엔 국내 최초의 크로스컨트리 대회인 ‘스카르벤레이스’에 출전해, 50살 이상의 장년부 시합에서 3위로 입상했다. 물론 수시로 넘어졌다 털고 일어서는 아마추어다. 우 회원은 “노르웨이대사관에서 2009년부터 해마다 1월 말∼2월 초 사이 이곳 올림픽경기장에서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연다. 4년 전만 해도 참가자들이 거의 초보자들이라 상을 탔지만, 이젠 어려울 것”이라며 빙긋 웃었다.

크로스컨트리스키는 육상 경기장의 트랙 같은 평지에서 출발해 경사지의 언덕을 오르내리다가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진행된다.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는 가장 짧은 1.2km부터 8.3km까지 8개의 구간이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남자 단체출발 50km 경기라면 가장 긴 구간을 다섯 차례 이상 반복하는 셈이다. 경기장의 3분의 1은 오르막, 3분의 1은 평지, 3분의 1은 내리막이다. 최 교장은 “크로스컨트리스키 종목의 금메달은 12개로 지난 대회까지만 해도 메달 수가 가장 많았다”며 “눈 덮인 들판 길을 헤치는 크로스컨트리스키는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겨울올림픽 종목”이라 했다. 노르딕 스키는 1924년 제1회 샤모니겨울올림픽부터 정식 경기로 채택됐다. 이에 비해 알파인 스키는 한참 뒤인 1936년에야 겨울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팔을 가슴 높이로 자연스럽게!” “앞발을 앞으로 던지듯이!” “스틱을 힘차게 끝까지 밀어주세요!” 최 교장의 지도를 받으며, 회원들은 트랙을 따라 자세를 익혀나갔다.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이 줄지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흡사 새들이 나란히 군무를 연출하는 느낌이 든다. 나비들이 날갯짓을 하듯, 사뿐사뿐 나아가면서 위아래로 몸짓을 한다. 최 교장은 “크로스컨트리는 온몸을 고루 부드럽게 쓰는 전신운동이라 선수들 몸매가 울퉁불퉁하지 않고 참 예쁘다”고 말했다.

기자도 평창노르딕동아리 3년차 회원이다. 엄동설한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겨울을 지낸 경험이 평창의 노르딕동아리 회원이 되는 인연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체감온도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지는 동네 공원에서 조깅하듯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는 캐나다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느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크로스컨트리스키는 추운 나라에서 가장 쉽게 즐기며 땀 흘릴 수 있는 생활 속으로 스며든 겨울 운동이다.


콧물이 마구 흘렀다

평지의 트랙에서 자세를 익히는 동안,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몸이 이내 훈훈해졌다. 등산용 웃옷를 벗어던지고,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선용 회원과 산속 언덕을 오르내리는 1.2km 구간에 도전했다. 이 회원은 올봄 스카이크(스키+바이크)라는 장비를 새로 장만해 가을까지 크로스컨트리 개인 훈련을 해왔다. 인라인스케이트와 비슷하게 생긴 스카이크는 크로스컨트리처럼 스틱으로 도로를 찍으며 달리는 운동장비이다. 눈밭의 평지 트랙 구간이 끝나면서 곧바로 치고 올라가는 언덕길은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꼭대기로 오를수록 경사가 급해지며 콧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양팔로 스틱을 찍고 허벅지 힘으로 스키 플레이트를 차면서 오르는 몇 분 사이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힘들게 첫 번째 언덕에 오르자, 땀을 시원하게 식혀줄 내리막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홈이 파인 트랙 속에 스키 플레이트를 집어넣고 숨을 골랐다. 출발! 두어 차례 스틱으로 눈밭을 찍어 속도를 붙이면서 자세를 최대한 낮췄다. 트랙을 따라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면서 미끄럼을 타는가 싶더니, 꽈당당 눈밭을 한바퀴 뒹굴고 말았다. 다행히 크로스컨트리스키는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기가 알파인 스키보다 수월했다. 스키 플레이트 길이가 짧고 신발 뒤축이 플레이트와 떨어져 있어, 몸을 가누기가 쉬웠다. 젖 먹던 힘을 다해 평지와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기를 수차례, 1.2km 구간의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 회원과 기자는 마지막 200∼300m 급경사 구간을 남겨둔 채, 우회로로 안전하게 평지로 돌아왔다.

두 시간 가까운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체험을 마무리하면서, 최 교장의 크로스컨트리 예찬이 이어졌다. “겨울운동으로 크로스컨트리스키보다 더 좋은 게 없어요. 첫째, 알파인 스키처럼 위험하지 않아요. 남녀노소 누구나 눈밭에서 뒹굴다보면 금세 몸에 익게 돼요. 둘째, 돈이 안 들어요. 비싼 리프트 타고 올라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셋째, 편리해요. 대관령이든 서울이든 어디든 눈만 있으면 탈 수 있거든요. 넷째, 예쁜 몸이 만들어지죠. 운동 효과요? 만병통치약이죠.” 그는 적당한 눈이 쌓이면 체험학교 바로 뒷마당인 ‘대관령 국민의 숲’에서 하루에서 사흘 짜리 크로스컨트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다.

김진덕 평창노르딕동아리 회장은 “2013년 말에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이제 회원이 60명쯤 된다. 크로스컨트리는 장비가 거추장스럽지 않고 천천히 힘들지 않게 즐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경기장 말고는 크로스컨트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경기장 출입이 통제되는 올 겨울에는 오히려 크로스컨트리를 타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을 공터 같은 곳에 크로스컨트리 슬로프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강변에서 크로스컨트리 즐기자!

크로스컨트리 대회는 서울에서도 열린다. 서울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에서 2017년 1월 처음으로 크로스컨트리 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겨울뉴스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김마그너스(20) 선수를 비롯해 세계 상위 랭커 20여 명이 1.0∼1.8km(남자) 단거리를 달리는 스프린터 시합에 참가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의 임의규 크로스컨트리 종목담당관은 “2018년 1월 5~6일 사이에 두 번째 한강 대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크로스컨트리 동호인들은 한강 대회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 평창까지 멀리 가지 않고도, 한강변 인공 눈밭에서 크로스컨트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 김현대 선임기자koala5@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모든 것



크로스컨트리 A부터 Z까지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유망주 김마그너스 선수가 2017년 12월2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코스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알파인스키와 달리 스키화의 뒤축이 플레이트에서 떨어진 모습이 뚜렷이 보인다. 연합뉴스
12개 금메달 걸린 크로스컨트리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걸린 금메달은 남녀 각 6개씩, 모두 12개다. 매스스타트의 남녀 메달이 추가되면서 14개로 늘어난 스피드스케이팅 다음으로 메달 수가 많다. 세부 종목을 보면, 남자 15km(여자 10km) 프리, 남자 30km(여자 15km) 스키애슬론, 단거리에 해당하는 남자 스프린터 1.0~1.8km(여자 0.8~1.6km) 클래식, 2명 계주인 남녀 팀 스프린트 프리, 남자 단체 출발 50km(여자 30km) 클래식, 남자 4×10km(여자 4×5km) 계주다.

이 중 스키애슬론은 절반을 클래식 주법으로 달린 뒤, 스키를 갈아신고 나머지 절반을 프리 주법으로 달리는 경기다. 계주 경기는 첫 두 주자는 클래식 주법으로 달리고 뒤의 두 주자는 프리 주법으로 달린다. ‘~ 클래식’ 종목은 클래식 주법으로만 달려야 하고, ‘~ 프리’로 표시된 종목은 클래식 주법과 프리 주법을 다 이용할 수 있다.


클래식 주법과 프리 주법

크로스컨트리 스키화는 앞쪽만 플레이트에 고정돼 있고 뒤축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그래야 뒷발을 세운 뒤 앞으로 차고 나가는 힘을 활용할 수 있다. 알파인스키보다 플레이트의 폭도 좁고 길이도 짧다. 스키화도 일반 운동화보다 조금 두꺼운 정도여서 휴대하기에 훨씬 용이하다.

주법은 클래식과 프리로 나뉜다. 클래식 주법은 홈이 파인 트랙을 따라 스키 플레이트를 정면으로 반복해 밀면서 동시에 스틱을 찍는 힘으로 나아가는 식이다. 빠른 걸음으로 길게 한발 한발 걷는 듯한 동작이다. 프리 주법은 스케이팅하듯 발을 좌우로 밀면서 달린다. 따라서 직선 주로인 트랙을 벗어나 자유롭게 나아간다. 프리 주법이 클래식 주법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 클래식과 프리 스키는 플레이트와 신발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클래식과 프리 주법을 앞뒤로 나눠 달리는 스키애슬론 선수들은 클래식·프리 겸용 신발을 신는다.


경기장 시설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는 오르막과 평지, 내리막이 거의 정확하게 3분의 1씩 구성돼 있다. 표고차 10m 이내이면 평지로 분류하고, 경사가 그 이상이면 내리막길과 오르막길로 본다. 알펜시아 경기장은 최저 756m와 792m 사이에서 여러 차례 오르내리도록 설계됐다. 1.2km, 1.3km, 2.5km, 3.3km, 3.75km, 5km, 7.5km, 8.33km의 8개 구간이 만들어졌고, 각 종목의 길이에 따라 적절하게 구간을 이어 재배치한다.


유망주 김마그너스

한국은 그동안 스키 종목에서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는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19) 선수한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선수는 2018년 릴리함메르 겨울유스올림픽과 2017년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2017년 12월 한 달 동안 유럽에서 열린 여러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출전했지만 성적이 부진해 애를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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